애니시다 키우기 (feat. 응애와의 전쟁)
3월에 애니시다를 들여왔습니다. 애니시다의 예쁜 노란색에 반하고, 향기에 또 한 번 반해서 자꾸만 아른아른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화원에 또 가서 데려왔습니다.
애니시다(양골담초, 금작화) 기본 정보
흔히 애니시다라고 불리지만 일본식 명칭이라고 해요. 정확히는 양골담초(Cytisus scoparius)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Common broom 또는 Scotch broom인데요, 이렇게 예쁜 식물이름을 빗자루라고 부르는게 이상하지요? 이유는 옛날 서양에서는 애니시다로 빗자루를 만들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콩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꽃모양이나 열매가 딱봐도 콩과입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영국 제도, 남부 스칸디나비아와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동부에 이르는 유럽 원산이라고 해요. 주로 저지대의 볕이 잘 들고 건조한 모래땅에서 서식한다고 합니다. 키워보니 물은 좋아하지만, 원래 건조한 지역이 원산지이다보니 배수가 잘 되는 흙에서 키워야 합니다.
꽃은 5월부터 여름까지 핍니다. 늦봄이 되면 꼬투리열매가 열리며, 열매가 익으면 꼬투리가 터져서 퍼져나가는 식으로 자연 번식을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취목이 제일 잘된다고 해요. 삽목도 힘들고 물꽂이도 힘든 편이라고 합니다.
애니시다 성장 일기
애니시다를 데려온 첫 날입니다. 이미 꽃이 많이 피어있는 아이로 데려왔어요. 향기가 정말 남달랐습니다. 상큼하고 살짝 달콤한 레몬향이 은은하게 퍼져요. 베란다를 다 덮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근처 1m만 가도 꽃향이 느껴졌어요.
애니시다 물주는 방법은 블로그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애니시다가 물을 좋아해서 매일 주는 경우도 있었고, 과습으로 보냈다는 글도 좀 있었습니다. 이렇게 헷갈릴 때는 식물의 원산지를 보면 되는데요, 앞에서 언급한대로 고온건조한 모래땅에서 서식하였던 식물이기 때문에 흙 구성도 그에 맞춰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물을 자주 줘도 괜찮고, 만약 상토의 비율이 높다면 과습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제가 키우는 애니시다는 물이 적당히 잘 빠지는 편이라 3일에 한 번 정도 줬습니다.
꽃대가 무럭무럭 올라와서 미모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향기도 더욱 진해졌고요.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늘 애니시다 꽃향 맡으러 베란다로 직행했었습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는 귀여운 꼬투리열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애니시다에 이상이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지요. 애니시다의 별명이 응애시다인데요, 그래서 일부러 통풍이 가장 잘 되는 위치에 두었고 율마도 별 문제없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안일했던 탓일까요...
먼저 안쪽의 잎이 노랗게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목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인가?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꽃이 너무 많이 떨어지고, 꽃망울도 마르고, 꼬투리도 마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3주 전과 비교했을 때 볼품 없어진 애니시다입니다. 상추와 칼라디움에 신경쓰는 사이, 애니시다는 응애의 습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ㅠㅠ)
응애와의 전쟁
밤에 휴대폰 손전등으로 확인해보니 거미줄이.... 거미줄이.... 발견되었습니다. 항상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바로 앞에 둔다고 절대 방심하지 마세요. 요즘 같이 고온건조한 날씨에는 바람도 소용 없네요. 꽃이 피어있더라도 가끔 물샤워를 해줘서 응애를 예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집에 살충제가 없어서 일단 급한대로 피톤치드를 뿌리고 면봉으로 거미줄을 긁어냈습니다. 피톤치드는 사실 효과는 없지만, 응애는 습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뿌렸습니다. 분무기로도 종종 물을 뿌렸고요.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거미줄을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응애를 박멸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박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요.
그래서 삭발식을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외목대가 아니었는데, 밑에 줄기를 다 정리하다보니 외목대가 됐습니다. 씨앗도 그냥 전부 다 땄습니다. 풍성했던 애니시다가 많이 빈곤해져서 슬펐어요.
시들어버린 꽃망울입니다. 이걸 보니 응애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떨어진 잎과 꽃도 모두 정리해주었습니다. 썩기만 할뿐, 식물의 생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하네요.
응애를 찾는 방법은 빛이 쬐어질 때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보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몇몇 갈색 점들이 응애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못 알아봤는데, 저 각도에서 유심히 보면 기어가는게 보입니다. 그냥 흙먼지처럼 보이기도 해서 구분하기 진짜 힘들어요. 보이는 족족 손으로 잡았습니다만 꽤 많았습니다.
잘라낸 일부가지는 물꽂이를 했습니다. 어차피 안 될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냥 버리기 너무 아까웠어요.
외목대로 만든 후에는 난황유를 분사해 주었습니다. 마요네즈 5g 정도에 물 700ml 정도 섞어서 만들었어요. 난황유에 쓸 분무기가 없어서 페트병 뚜껑에 촘촘히 구멍을 내서 살포했습니다. 이 방법으로도 안되면 진짜 계란 노른자와 식용유로 제대로 만들어서 뿌려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약을 사야겠지요ㅠㅠ
응애의 습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꼬투리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좀 더 까맣게 익을 때까지 냅둬야 하지만요. 하나 까보니 작고 귀여운 씨앗이 나왔습니다. 충분히 익지 않아서 파종해도 소용없을 것 같지만,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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