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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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오는 여름날에 어울리는, 물 냄새 가득한 짧은 소설 '아가미'를 읽었습니다. 2010년에 발간된 구병모 작가님의 대표작입니다.
장편소설이지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줄거리가 재밌고 묘사가 아름다운 소설이었어요. 살짝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촘촘한 묘사 덕분에, 모든 장면이 머리 속에서 그림으로 재생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말씀하신 분이 있던데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아요.
아마도 후천적으로 아가미를 갖게 된 것 같은 어린 아이 '곤', 그리고 그를 구해준 소년 '강하'.
강하는 아름답고 특별한 생명체인 곤에 대해 질투, 애정, 동경과 동정, 소유욕과 같은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곤에게 정말 못돼먹은 말을 내뱉고 구박하고 때리지만, 그래도 곤은 강하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옛날 엄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논부신 것, 빛나는 것, 귀한 것, 좋은 것은 숨겨놓고 혼자만 아는 거야. 남하고 나누는 게 아니란다.
나는 어차피 네가 될 수 없으니 너를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만 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또는 너를 없애지 않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비뚤어진 믿음으로 일관했던 어린 시절이었지요.
강하의 엄마인 이녕.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위태로운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이녕'은 곤에 의해 잠시 위로와 구원을 받아요.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곤에게 이어서 말했다.
"예쁘다."
자신을 예쁘다고 해 준 이녕의 말을 들은 곤 역시 마찬가지였죠.
어딜 가든 감추는 데 급급해온 자신의 몸이 누구도 들려준 적 없던 그 말 한마디로 구원받은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곤이 떠나기 전에 강하가 말했던 것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곤이 그 말을 듣고 떠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하가 꾹꾹 은폐해 왔던 진심을 말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곤의 세상은 강하에 의해 만들어졌고 곤에게는 강하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드러내면 안되고 숨겨야만 하는 생명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강하가 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의 마음까지 드러냈습니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 같았다.
소설 후기는 처음 올려보는데, 최대한 스포를 방지하면서 쓰려고 하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소설은 꼭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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