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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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서날에 읽을 책들을 나누고 공유하던 중,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책과 새벽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아침잠이 엄청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아서 4시 30분 기상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시 30분에 일어나는 삶은 어떤지, 저자 김유진 변호사는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는지 궁금해서, 이번 명절에 읽을 책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날따라 따듯한 차를 마시며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 앉아 있자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쌓아뒀던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는 빈 종이에 현재 문제점, 원인, 해결방안, 결론을 적을 표를 만든 뒤 생각을 하나씩 정리했다. 애매한 인간관계, 필요 없는 서류만 쌓인 책상과 책상만큼 어지러운 마음을 모두 정리하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불공정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은 어느 정도 불공정하다고 인정하고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희망을 가졌던 것은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잘 모르겠다. 부정적인 마음과 불안한 감정이 마음에 적체되어 갔다.
새벽에 깨어 빈 종이에 적어가며 생각을 정리했다는 저자의 경험은 그래서 왠지 솔깃했다. 과연 나의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마음도 정리가 될까? 새벽이라는 시간의 마법을 기대해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취침 시간이 빨라져 시작된 일이었지만 점차 긍정의 에너지라는 즉각적인 보상 자체에 길들여져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평소 일과나 직장 생활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었지만 단순히 하루를 조금 빨리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 아침에 회사에 지각할까 봐 불안해하며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출근을 준비하며 내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옷장의 옷을 정리하듯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나를 돌아보고 불필요한 걱정을 정리했다.
아직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주말에는 늦잠을 자지 않는 선에서 실천해 보았다. 평소에는 아침 6시에 출근길에 나서는데, 5시 43분에 일어나서 17분 만에 세수, 화장, 옷 입기, 머리 체크하기, 알로에즙 먹기+먹을 것 챙겨가기를 해왔다. 진짜 엄청 정신이 없었다. 간혹 눈썹 그리는 걸 빼놓기도 했다. (요새 마스크를 써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5시 조금 넘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더니 아주 여유롭고 평온했다. 출근 준비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오늘 하루가 어떨지 그려보고 이런저런 계획을 했다. 사실 일찍 일어나면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머리가 멍해서 당장은 힘들 것 같다. '일찍 자기'와 '일찍 일어나기'에 완벽히 적응되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저녁에 일과를 마무리할 두 번째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위 문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아침에 이런저런 중요한 일들을 다 끝내고, 미처 못한 일들은 저녁에 조금 편안한 상태에서 마무리하고 일찍 자는 것! 스스로 엄청난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두뇌가 잠에서 부팅되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새벽에 할 수 있는 일과 저녁에 할 수 있는 일이 같지 않다. 새벽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고 싶었는데, 초보자에게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머리를 쓰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인 듯하다.
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머리와 마음이 무엇을 느끼는지가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만큼 진정한 휴식은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진리를 새벽에 가장 크게 느낀다.
새벽에는 휴대폰도 고요하고 남편도 자고 층간소음도 없어서 좋다. 확실히 나만의 시간이라는 느낌이 있다. 머리는 멍해도 평온한 느낌이다. 일찍 일어나서 책상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댄 채 5~10분간 멍을 때리는데 뇌가 서서히 부팅되면서 이런저런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든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대가나 부자들은 아침마다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한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제대로 의지를 갖고 명상을 해 본적은 없었다. 사실 명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고 왜 하는지도 모른다. 유명한 사람들이 한다니까 시간과 돈이 많은 사람의 취미쯤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명상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휴식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
새벽 기상으로 확보한 시간은 인생의 보너스 타임이다. 회사의 업무나 학교의 과제처럼 이 시간에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없다. 따라서 이때는 어떤 일을 해도 잃는 것이 없다. 즉, 새벽은 내가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그냥 질러보는 시간이다. 보너스 타임에 실패한다고 해서 본 게임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보너스 타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어 공부? 운동? 알고리즘 공부? 아니면 영상 제작이나 드로잉 배우기 등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 시간. 뭘 해도 안 한 것보다는 낫겠지 싶다. 요즘에는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일단 저질러보고 고찰하면서 목표를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자기계발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 이 보너스 타임에는 아주 많은 것들을 저질러보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라내 볼 계획이다.
가끔 컨디션이 안 좋아서 평소보다 오래 잔다고 해도, 그날을 '늦잠 잔 날', '일찍 일어나는 데 실패한 날'보다는 '푹 잔 날'이라고 생각하자.
이 책에서 정말 좋았던 말이다. 자기 계발도 결국에는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하는 건데, 가끔 일찍 일어나는 걸 실패했다고 해서 스스로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가끔은 '푹 잔 날'도 필요하다.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나의 한계점을 높이는 방법을 습득하자 내가 세운 기록을 깨고 또 깰 수 있었다. 잔혹하고 힘든 훈련의 보상이었다.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다. 뭐든 처음은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하다보면 더 큰 어려움도 넘을 수 있는 능력과 배짱을 갖게 된다. 자기계발을 할 때는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힘들게 배우고 익히면 어느 순간 정체기가 찾아오고, 그러다 또 힘들게 오르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다. 사실 배우고 익히는 성장기는 정말 힘들지만, 정체기를 견디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정체기가 더 힘들다. 성장기에는 재밌기라도 하지, 정체기에는 실력이 더 늘 것 같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 어쨌든 성장기와 정체기를 잘 견뎌내야 한계점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면서 추가로 얻은 시간에 나의 내면을 바라봤다. 또 지금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스스로를 변호사로, 직장인으로 단정 짓지 않고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그러자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본 내 모습이 실제로 돼보니 삶 전체가 변화됐다.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일(해야하는 일 말고!)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인생을 설계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해서 '인생 설계'라는 중요한 일을 내팽겨친 건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닥치는 대로 사는 삶처럼 보였다. 해야 해서 하고 있는 삶. 하루 24시간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는 시간은 겨우 1~2시간 뿐이다. 출퇴근길+자는 시간+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식사 시간을 빼면 남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 그것 마저도 이런저런 일에 많이 빼앗긴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았나... 기억도 나지 않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직접 새벽 기상을 시도해 볼만큼 새벽을 활용한 자기관리 방법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새벽 5시 기상을 약 3~4일 정도 해 보았고,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예상 외로 힘든 점은 "일찍 꿈나라에 가기"였다. 새벽기상 첫 시도를 보기 좋게 실패했는데, 일찍 자야된다는 압박감에 잠이 더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11시 30분~12시 취침에 적응 되어 있어서 일찍 누워도 잠이 안온다. 일찍 잠에 들려면 무엇보다도 저녁 식사를 6시 전후로 맞춰야 하고(제일 중요!), 저녁 운동도 너무 늦게 하면 안되며,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기상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일주일 내내는 힘들겠지만 3~4번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자기 관리에 깊은 영감을 준 고마운 책이다.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날,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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