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보성::벌교 태백산맥 문학거리 산책
벌교 읍내는 꼬막 거리로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요, 굉장히 오래된 번화가인데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인해,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종로나 인천항 근처에서 주로 볼법한 근대 건축물들이 거리 곳곳에 있었습니다.
태백산맥 문학거리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중 6권역인 '남도 바닷길'에 속합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남도바닷길'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의 특색있는 10개의 테마형 광역 관광코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6권역(남도바닷길)은 마음을 더하는 여행, 마더 여행을 통해 남도 사람과 여행객의 일상이 공명하며 인문자원과 자연자원을 결합한 품격있는 여행을 제안한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온 주요 무대가 무려 23곳이나 됩니다. 대부분 벌교천을 중심으로 모여있으며, 제법 먼 거리에도 몇몇 장소가 있네요.
거리를 걷다보니 눈에 띄는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넓은 삼거리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선명한 주황색 지붕이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이 건물도 태백산맥 소설에 등장하며 일제강점기 시절에 벌교금융조합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안내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벌교금융조합은 일본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반영된 근대 건축물로, 2005년 12월 9일 등록문화재 제226호로 지정되었다. 1918년 '벌교금융조합'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1926년 '농촌지도소 벌교지소', 벌교지역 '농민상담소' 등으로 활용되었다. 현재 내부는 벌교금융조합의 역사와 한국 화폐사에 대한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벌교금융조합은 붉은 벽돌을 바탕으로 하고 그 사이사이에 돌을 깎아 넣어 건물의 견고함과 장식적 효과를 동시에 노린, 일본인들이 관공서형 건물로 즐겨 지었던 그 모습이다. 지금도 첫머리인 삼거리에 자리잡아 고객들의 편리를 최대한 도모한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는 금융조합잘 송기묵이 일제강점기부터 금융조합에 근무해온 이력을 지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일파가 척결되지 못한 이 땅의 비극이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그런 식으로 기득권을 행사했음을 작가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금융 조합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 장사이고 보면 그의 이재 솜씨는 멋 부리는 것보다 한 수가 더 앞질러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태백산맥 1권 284쪽)』송기목은 돈을 다루는 사람답게 치부에도 능해 은밀하게 고리대금업까지 해가며 탄탄한 재력을 확보해 딸을 서울의 이화여대에까지 유학시키지만 결국 좌익들에게 죽고 만다.
코로나 때문에 내부 관람은 불가했습니다. 사태 진정시 오픈 예정이라고 쓰여있네요. 건물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지 보고 싶었는데 무척 아쉬웠습니다.
동네에는 멋진 목조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관광을 위해 오래된 건물을 복원해서 문학 거리를 조성한 듯합니다. 일부 목조 건물은 거리 미관의 통일성을 위해, 컨셉에 맞추어 리모델링을 한 것 같았습니다.
걸으면서 드는 생각이 번화가이면서 문화 관광지이자, 역사적인 거리인 벌교읍내만의 특색이 느껴졌습니다.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술도가는 여기는 벌교에 막걸리를 공급해오던 곳으로, 역시 소설에 등장했습니다. 지금은 복원 공사 중이라 들여다 볼 수는 없었습니다.
옛날 만화방도 보이고, 정말 오래된 건물과 가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대 100년의 모든 건물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듯합니다.
벌교 초등학교 근처에 다다르니, 벌교 월곡 영화골이라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왠지 마을에 수준 높은 벽화들이 왜 이렇게 많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시 재생 사업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벌교읍에 위치한 낙후되고 열악한 주거지역이었던 월곡마을의 낡은 담벼락에 영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를 조성하여 마을 주민의 삶 속에 문화디자인을 도입하였다. 관내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활용한 '꿈그림벽화'가 담벼락을 함께 채워나가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나무벤치, 각종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에는 전국 대학생 벽화대회가 개최되어 더욱 화려한 벽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벽화는 정말 전국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나름 전국 여기저기 벽화를 봐왔는데, 여기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 그린 것 같습니다. 아래 몇 개만 보여드립니다 :)
벽화를 감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벽화대회 상금이 얼마였을까 궁금해질 정도였어요. 이렇게 넓은 공간에 이 정도 퀄리티로 그리려면 재료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음 일정으로 다원 녹차밭이 있어서 동네를 좀 더 꼼꼼히 돌아보진 못했지만, 2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책을 했네요. 나중에 태백산맥을 읽고 와서 소설에 나오는 모든 곳을 돌아다니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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