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앤 더 시티 - 로리 윙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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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편리하면서도 독립적인 도시생활의 기반은 엄청난 수준의 과학과 공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과학자와 공학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업적을 숨쉬듯 누리면서도, 도시의 작동 원리는 거의 모르는 채 살아간다. 이 책은 도시를 둘러싼 건축/토목, 상하수도, 전기, 도로, 자동차, 열차,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공학/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할 뿐 아니라, 미래 도시의 밑그림을 보여준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세련되고 쿨한 도시의 모습에서 좀 더 아래로, 좀 더 깊이 들어가, 수면 아래 잠겨있는 90%의 빙하 덩어리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준다. 덕분에 마법처럼 느껴졌던 온갖 기술들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다.
며칠 전 기사에 의하면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사람들이 도시로 계속 모여들면서 도시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필수적으로 건물은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층 빌딩은 바람과 지진과 무게를 견뎌야 하고, 전기와 수도 등의 기본 인프라를 완벽하게 제공해야 하며, 층간 이동이 원활해야 할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해야 된다. 건축 재료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만들기 쉬워야 하며, 튼튼하고 오래가야 한다. 어떤 재료는 유연하고 가벼워야 되지만, 또 다른 재료는 압축력이 강해야 한다. 건축 공법은 또 어떤가? 더 높은 건물, 멋진 건물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짓기 위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좀 더 청정한 재료로, 에너지 유실을 막고 에너지를 덜 쓸뿐 아니라 오히려 만들어 내는, 관리가 편한 고층 건물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자연인이라도, 전기 없이 살아가긴 힘들다. 전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도시는 가공할 양의 에너지를 쓴다. 게다가 인구는 계속 증가 추세라서 전기 수요는 늘으면 늘었지 절대 줄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빌딩의 냉난방 시스템이 먹어치우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한다. 빌딩은 전력망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전력망 중간에는 전압을 바꿔주는 변압기도 있고 송전탑도 있다. 그 끝에는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서 보내주는 발전소가 있다. 우리에게는 화석이나 원자력 발전소가 가장 익숙하긴 하지만, 풍력이나 태양광, 수력을 바탕으로 하는 재생 가능한 발전 시스템도 점점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라는, 절대적인 물리학 법칙에 근거하고 있다. 결국 어떤 형태의 에너지든 수확해서 전기로 바꾸는 난이도와 비용의 문제는 해결되고, 앞으로 환경친화적이면서 비용 경쟁력이 높은 발전 방법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풍력에너지 만으로도 전기 수요량의 40%를 생산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태양에너지, 그리고 배터리에 대한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지 가장 기대가 된다.
10년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폼페이 유적지에서 물이 흐르는 화장실을 봤던 것이었다. 인간의 아웃풋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로마의 상하수도 시스템은 비록 납으로 만들어져 건강에 치명적이긴 해도, 어마어마한 발명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하수도 덕분에 인류는 많은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수도관은 아직도 완벽하지 않고, 오래된 수도관으로 인한 물의 유실량은 엄청난 상황이다. 게다가 겨우 면 티셔츠 하나를 만드는 데도 약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소고기는 거의 10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다. 기술발전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부족한 자원을 늘 상기하고 아끼려는 노력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도시는 지속 불가능한 기술과 방법으로 만들어져 왔다. 이 책은 지구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원을 펑펑 써대는 인간에게 수치를 보여주며 엄중한 경고를 보내지만,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적인거나, 지구를 덜 오염시키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희망을 던져준다. 그리고 미래도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도와준다. 미래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진짜 지속 가능한 도시가 가능할까? 모든 것이 자동화된 도시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상상할수록 즐겁지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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