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평촌::농수산물시장에서 킹크랩 먹기
이 날은 남편 생일이자 불금이라, 평소 먹고 싶었던 킹크랩을 먹기 위해 평촌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근처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매우 익숙해요. 특히 회를 떠다 먹을 때는 무조건 농수산물 시장을 이용하곤 합니다.
농수산물시장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제일 큰 장점은 직접 횟감을 보고 사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위험이 적어요. (물론, 횟감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는 전제 하에...) 둘째, 흥정하기에 따라 저렴하게 또는 서비스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평촌 도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뜨내기 손님보다는 안양, 군포, 의왕시에 사시는 분들이 주로 방문해서 다른 곳보다는 바가지가 씔 확률이 낮을 것 같습니다. 안양 바닥도 좁아서 부모님 세대에서 한두 다리 건너면 상인분들이 지인인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애용하는 어플인데, '인어 교주 해적단'이라는 어플을 사용하시면 전국의 시장 별로 그날의 생선, 갑각류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시세 뿐만 아니라 가입된 가게에 후기도 관리해서 어플 사용자임을 밝히면, 적어도 그 시세에는 구입할 수 있습니다. 흥정 잘하시는 분들은 더 저렴하게 구입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처럼 흥정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어플에 나온 가격대로 사면 바가지 쓴 것 같은 찝찝함은 덜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평촌 농수산물시장 정문에 들어오자마자 왼편에 있는 수산시장입니다. 저희는 북문으로 입장을 했어요. 남편이 미리 검색해서 찾아놓은 가게로 가서 구입했습니다.
평촌 수산시장은 크게 횟감, 갑각류(킹크랩, 대게, 랍스터, 꽃게, 새우), 냉동생선, 건어물 파는 곳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킹크랩, 랍스터, 대게 등은 살아있는 상태로 수조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날(11월 13일) 기준 킹크랩 살수율 A급은 59,000원/kg이었습니다. 3일 전에 65,000원/kg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격이 6천 원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어플로 그날의 킹크랩 시세를 확인하고, 그 가격이 최대치라고 생각하고 흥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킹크랩 2.75kg짜리를 골랐습니다. 저희는 킹크랩만 먹을 생각이라 2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인 2.5 kg을 주문했는데, 큰 녀석들 밖에 없어서 그냥 2.75kg짜리를 먹기로 했습니다. 킹크랩을 고르면 분홍색 바구니에 담아 저울에 무게를 잽니다. 1kg에 59,000원이라서 작은 무게여도 가격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바가지에 물을 제대로 빼고 측정하는지(일명 물치기) 잘 보셔야 합니다.
킹크랩이 2.7kg 이더라도 게 내부에 물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목표로 했던 2.5kg 정도 될 것이라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생일인 특별한 날이라서, 가격을 깎는 것보다는 서비스를 많이 달라고 흥정했어요. 생일인데 서비스로 흰다리새우에 사진에 보이는 홍새우도 달라고 했습니다. 홍새우는 저번에 주문진에서 먹어봤는데 흰다리새우와 비교도 안되게 맛있었어요. 한번 드셔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까 킹크랩이 예쁘게 잘 나오도록 뒤집어 주셨습니다. 요즘 새우철이라서 새우들도 참 통통하니 맛나게 생겼네요.
계산이 끝나면 이렇게 비닐봉지에 킹크랩과 새우들을 담아 줍니다. 그리고 2층의 몇 번집으로 가라고 알려주면, 그 번호의 식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희는 1번 집을 안내받아서,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바로 찾았습니다. 아주머니께 킹크랩 비닐봉지를 드리면 바로 자리를 안내해 주시고, 킹크랩과 새우들은 바로 찜통으로 들어갑니다.
주방은 오픈형으로 되어있어, 저희가 산 킹크랩과 새우가 별 탈 없이 조리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촌 농수산물시장의 회센터는 다른 농수산물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림비, 찜비, 손질비가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차림비 : 5,000 원/인당, 찜비 : 6,000 원, 손질비 : 7,000 원, 이렇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습니다. 여기에 주류, 볶음밥, 음료 등등 다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니 예산을 잘 체크하시고 가셔야 합니다.
킹크랩은 완전히 쪄지는 데 최소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크기가 큰 경우엔 40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 날은 사람이 많아서 킹크랩이 나오는데 4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기본으로 세팅되는 밑반찬입니다. 콘 마요네즈, 계란찜, 송이버섯구이가 나옵니다. 저녁시간이 조금 지난 8시였기에 저희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이 친구들로 배고픔을 달랬습니다.
기다린 지 20분이 되었을 때, 서비스로 받은 새우들이 먼저 나왔습니다. 워낙에 배가 고팠던지라 반가움과 함께, 쪄지면서 크기가 작아진 새우를 보고 있자니, 흥정할 때 조금 더 받아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배가 고팠네요.ㅠㅠ
사진 속의 작은 새우가 흰다리새우, 덩치가 큰 새우가 홍새우입니다. 두 녀석의 체급 차이는 대가리에서부터 압도적입니다. 그만큼 대가리 속의 장맛도 홍새우가 훨씬 녹진하고 맛있습니다. 새우 몸통살 역시 홍새우가 훨씬 달고 탱글탱글합니다. 흰다리새우도 평소에 먹었다면 정말 맛있게 먹었겠지만, 홍새우와 함께 먹으니까 다소 맹맹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의 깊이가 달랐어요.
새우를 정신없이 먹다 보니... 두둥!!! 드디어 주인공인 킹크랩님이 나오셨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아래 사진처럼 하나하나 손질해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등딱지의 누런 내장도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킹크랩이 예쁘게 정돈되어 나오니, 배고픈 저희의 눈엔 너무 맛있게만 보였습니다.
예전에 킹크랩을 처음 먹었을 때, 꽃게나 대게의 내장 국물처럼 고소하면서 깊고 진한 맛을 생각하고 한 수저 듬뿍 먹었던 적이 있었어요. 드셔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킹크랩 내장 국물은 꽃게나 대게보다는 녹진한 맛이 부족합니다. 살짝만 맛보고 아껴두었다가 볶음밥을 해 먹기로 합니다.
살수율은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인어 교주 해적단' 어플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살수율 좋은 A급으로 그 가격을 주고 구매했는데, 수율이 나쁘면 바로 상인분께 항의하고, 어플 게시판에 댓글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큰 맘먹고 킹크랩을 산 건데, 저렴하게는 못 먹을지언정 제 값은 주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희는 이 날 정말x100 만족했고, 남편의 생일을 제대로 축하해 준 느낌이라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
게살을 다 먹어갈 때 즈음 킹크랩장에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하나당 4,000원입니다. 참고로 두 개부터 주문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일반 고깃집보다 가격이 비싸네요. 그래도 완성되어서 나온 볶음밥을 본 순간, 비싸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본인 생일을 자축한다고 과음을 하던 남편은 해장용 국물을 주문했습니다. 사장님께서 3,000원에 조개탕 한 대접을 주셨습니다. 원래 메뉴에 없는 건데 혼자 술 먹는다고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시원한 조개탕 국물에 남편은 해장을, 저는 입가심을 하고 평소 밀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다가 10시쯤 되어 나왔습니다. 이 날 수산시장에서 킹크랩 약 2.7kg - 160,000원에 구입했고, 회센터에서 차림비 + 찜비 + 손질비 + 소주 2병 + 볶음밥 2개 + 조개탕 1개로 총 42,000 원을 지불했네요.
소고기나 어지간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 가격보다 비싸지만, 특별한 날에 먹으면 좋을 음식인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리기는 해도, 킹크랩은 정말 맛있으니까요! 꼭 회센터에 자리 잡고 먹지 않아도 수산시장에서 구입하고 찐 다음,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날 저희는 잠이 들 때까지도 킹크랩의 여운을 되새기다가, 연말에 각자 부모님 댁에도 한 마리씩 보내드리기로 약속했어요. 연말 송년회, 또는 가족들과 함께 킹크랩 드셔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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