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사천::해원장횟집 - 맛있는 슬로우푸드 백합죽

경남 사천의 맛집, 해원장횟집에서 백합죽을 먹고 온 후기입니다.

아기와 함께 다녀온 통영 여행! 근데 갑자기 웬 사천 맛집 소개 글이냐 하면,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거제 바람의 언덕에 있는 식당에서 멍게비빔밥을 먹고 아마도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호텔에 있는데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함께 계속 구토를 했어요. 새통영병원 응급실에 가서도 토를 했고요. 아직 모유수유를 완전히 끝내지 못했는데 응급실에 다녀오고 진짜 쌩난리를 쳤습니다. 냅다 보건소에 신고를 할까 고민했는데 채변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식당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구글에서 검색하시면 위생 리뷰가 나쁜 곳이에요. 바람의 언덕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어서 그냥 간 건데, 읽어보고 갔음 절대 안 갔을 거예요!

아무튼 그래서 죽을 먹으러 갔습니다. 남편이 출장 갔다가 간 곳인데 한 번 가볼만하다고 추천을 해 주더라고요. 

 

기본 정보

📍 주소

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공원길 487 해원장횟집

 

📍 운영 시간

매일 11:00 ~ 21:30 (break time: 15:00~16:30)
※ 명절 휴무

 

📍 주차

식당 입구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방문 후기

해원장횟집은 사천에서 오래된 맛집이라고 합니다. 남편의 상사분이 진주 출신이셔서 이 가게를 소개해 주었는데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도 잘 관리된 외관은 식당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줍니다. 

 

횟집이지만 백합 요리로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합니다. 해원장횟집이 위치한 사천시 선진마을에서는 자연산 백합이 많이 생산되는데, 벌교의 꼬막만큼은 아니지만 사천은 백합이 유명한가 봅니다. 11시 즈음 방문해서인지 저희가 첫 손님인 것 같았습니다.

 

식당 내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창문 너머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마치 그림 같습니다. 창문 바로 앞에는 백일홍이 심어져 있는데, 솔직히 잡초 같던 꽃이 처음으로 예뻐 보였습니다.

 

맞은편에 보이는 육지 때문에 바다가 마치 호수 같기도 합니다. 산이 높지 않아서인지 묘하게 이국적인 풍경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평화로우면서도 왠지 마음이 일렁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남편은 제게 이 식당 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보기 힘든 벽돌 수조입니다. 파란색 타일은 약간 목욕탕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일부러 힙해 보이려고 빈티지하게 꾸며 놓은 곳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정말 오래 운영한 식당이구나 싶어 음식 맛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해원장횟집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하기 때문에 사전예약을 하고 가면 좋습니다. 특히 백합죽은 조리시간이 20~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기 싫으신 분들은 미리 예약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저희 부부는 백합죽 2인분을 주문하였고, 대기 시간에는 바깥 풍경을 보러 앞마당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작은 배들이 선진항에 매여있습니다. 물이 정말 맑고 풍경도 아름다워서 마음이 한껏 정화되는 듯합니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방파제입니다. 도깨비가 생각나네요.

 

바다를 따라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요. 파도도 거의 없다 보니 정말 호수 같지 않나요?

 

20분 정도 기다리다 보니 음식이 예쁜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김치 및 절임류 등으로 깔끔하게 구성된 밑반찬들입니다. 담백한 맛의 백합죽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특히 담치국이 은은하게 시원한 맛이 나서 손이 자꾸 갑니다.

 

백합죽은 은근한 조개 향이 났고, 슴슴한 듯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든든하여 간밤에 아팠던 속을 풀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새롭거나 특이한 맛은 아니지만, 먹을수록 시간을 들여 좋은 재료로 만들어 낸 음식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저가 재료를 사용한 패스트푸드가 넘쳐나서, 요즘에는 진짜 돈을 내고 먹을 가치가 있는 음식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요.

 

백합은 잘게 으깨져서 잘 보이진 않습니다. 죽 안쪽에 조개껍데기가 들어있었어요. 백합죽은 2인 기준 24,000원입니다. 원래 20,000원이었는데 요새 물가가 무섭게 오르다 보니, 음식값 안 올린 식당이 드문 것 같습니다.

 

아기와 처음으로 간 여행이었는데 응급실까지 다녀오고 참 스펙터클했네요. 그래도 마지막 날은 날씨도 좋고 맛있는 죽을 먹어서 좋았습니다. 진주나 사천에 가신다면 멋진 바다 뷰를 품고 있는 해원장횟집에서 사천의 특산물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이나, 백합 구이를 드셔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