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생각나는 소소한 것들을 즐기다.

12월 중순쯤, 강원도 깊숙한 산속에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힐링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편의점에 가려면 차를 타고 20분은 나가야 하는 곳이기에 코로나에 안전한 곳이지만, 제가 옮기면 안 되니 조심히 다녀왔어요.

이 곳은 산 속에 있다 보니 공기도 좋고 풍경도 정말 예쁩니다. 사계절이 다 아름답고 좋겠지만, 특히 겨울에 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보기 힘든 것들을 볼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거든요.

처마에는 다양한 크기의 고드름이 달려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고드름이었어요. 제일 큰 것은 길이가 제 팔뚝만 했는데요, 하나 따서 재밌게 갖고 놀았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울리는 소리가 정말 고와요. 겨울에는 엄청 추울 때, 엄청 뜨거운 음료를 손에 쥐고 후루룩 마실 때 찾아오는 즐거움이 있지요. 이번에 뜨거운 음료 한 잔 들고 마당에 앉아서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찬바람을 잔뜩 맞아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대신 눈사람 만든다고 바빴습니다. ㅎㅎ

밖에서 바베큐 먹을 예정이라, 친구 부모님께서 한 켠에 화로를 미리 준비해 주고 가셨습니다.

마당에는 소복하게 눈이 쌓였어요. 사람 발자국 옆에는 개인지 고양이인지 쪼매난 발자국이 있어서 귀여웠어요. 아무도 안 밟은 새하얗게 쌓인 눈을 뛰어다니며 밟는 것을 이 나이에도 좋아합니다. 제 발자국도 몇 개 덧붙여 놓았습니다.



텃밭에도 눈이 쌓여있어요. 여름에 왔을 때는 쌈채소는 바로 따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사갔습니다.


평소에는 고구마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유독 겨울에는 고구마가 생각날 때가 있어요. 추울 때 뜨거운 고구마 껍질을 까서 호호 불어 먹는 느낌이 좋아요. 친구 부모님께서 직접 기른 호박고구마인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슬슬 식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친구가 능숙하게 토치에 불을 붙였습니다. 저는 불을 무서워해서, 불을 잘 다루면 왠지 멋있어 보여요.

군고구마도 쪄먹고 고기도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세상에, 너무 추워서 얼른 먹느라 고기 사진을 안찍었지 뭐에요. 어느 정도로 추웠냐면 거의 영하 20도에 이르렀어요. 얼어붙은 상추와 깻잎을 먹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밤에는 별구경을 했습니다. 날은 어마무시하게 춥지만, 공기가 정말 깨끗하고 맑아서 별이 쏟아질 것 같았어요. 노출을 30초로 셋팅하고 바닥에 스마트폰을 놓고 찍었습니다. 별의 일주운동 흔적이 살짝 보이지요. 지금 블로그 헤더의 배경사진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눈사람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눈이 내린지 며칠 지나서 거의 얼음 알갱이 수준이라 잘 안 뭉쳐졌어요. 그래도 친구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 보고 웃으시라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나들이었지만 겨울의 소소한 매력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요즘따라 유독 시골 전원 생활을 꿈꿉니다. 특히 친구네 집에 다녀오고 나면, 시골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열망을 며칠 동안 앓습니다. 관리가 힘든 것도 알고 관리비가 많이 들고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기 힘들다는 것도 아는데 말이지요. 사실 남편은 완전 반대하고 있고요. 그래도 앞으로 50년은 살 건데, 언젠가 1~2년 정도 집을 렌트해서 살아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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